남북전쟁이 끝난 후, 노예는 해방되었고, 서부 지역은 저렴한 땅과 높은 임금으로 영원히 번성할 것만 같았다. 남부는 생각만큼 변하지 않았는데, 노예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땅은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북부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시작되었다. 남북전쟁 동안 규모나 권력이 커질 대로 커져버린 기업가들이 그들의 권력을 다시 내려놓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륙횡단 철도(독점)
기업이 커져버린 이유는 결국 큰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인데, 대륙횡단 철도처럼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발생하는 사업을 누가 진행했어야 할까? 우리가 생각하기엔 정부가 그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서부 지역의 땅 대부분을 소유한 정부의 권력을 두려워하며 견제했다. 그래서 정부는 이 철도사업을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철로 주변의 땅을 무상으로 임대하고, 건설비는 대출과 보조금을 지원해주며 민간기업에게 사업을 맡긴 것이다. 대륙횡단 철도는 1869년에 완공되었지만, 그 누구도 돈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정부는 민간기업에게 거리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주었으므로, 더 멀리 돌아가거나 빙빙 돌고 돌아 도착하는 레일을 건설하는 등 비합리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하나의 주(State)를 덮고도 남을 땅을 철도 운영기업에 넘겨주었다. 정부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한 만큼 사람들이 그 대가로 철도이용료가 낮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철도 운영기업은 터무니없는 기차요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철도는 '자연독점'이었기 때문이다.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철로 하나가 개통되어 있다면, 다른 철로는 필요가 없다. 그래서 최초의 철도가 유일한 철로가 된다. 독점이다 보니 운영 회사는 불합리할 정도의 폭리를 취한다.
규모의 경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독점 운영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철도는 경제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철도 덕분에 미국은 단일한 거대 시장이 되었고, 기업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규모의 경제'는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단위당 제작비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단위당 제작비가 낮아지는 대신 선행투자 비용이 올라가는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공장에서 상자를 제작할 때 공장이 크면(생산라인이 많아지면), 제작비가 줄어들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먼저 큰 공장을 지어야 한다. 제일 먼저 선행투자를 했던 사람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고, 그 후 잘만 운영하면 규모를 점점 더 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선행투자 비용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생긴다.
19세기 말 규모의 경제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거대 기업들은 창립자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하게 성장했다. 얼마나 커야 정말 큰 것일까? 당시 미국에는 그 한계라는 것은 없었다. 하나의 기업이 전체 산업을 장악한 경우도 있었다.
- 캘리포니아 : 리랜드 스태포드(철도)
- 시카고 : 필립 아모르(도축), 사이러스 맥코믹(농기계 제조), 리처드 시어스(통신판매업)
- 피츠버그 : 코넬리어스 밴터빌트(철도), 앤드루 카네기(철강), 앤드루 멜런(은행)
- 노스캐롤라이나 : 워싱터 듀크(담배)
원유의 정제(석유)
원유를 정제하여 램프에 쓰는 저렴한 등유로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석유산업은 시작되었다. 1859년 펜실베이니아에서 최초의 석유가 굴착되었고, 곧 소규모 굴착 회사와 정유회사가 자유시장에서 경쟁을 벌였다. 1873년 유럽의 증권시장 폭락으로 장기 공황이 찾아왔다. 전 세계의 은행들이 한꺼번에 파산했다. 큰 기업은 작은 기업보다 경기 폭락을 잘 버틴다. 1880년 존 D.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몇몇 경쟁사를 흡수하고 다른 업체와 동맹하여 독과점을 이룬다. 스탠더드 오일이 재미있는 점은 판매자로서 '공급 독점'인 동시에 구매자로서 '수요독점'인 점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다. 스탠더드 오일은 완전한 독과점 기업은 아니었으므로, 주변에 늘 경쟁자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거대 기업은 독점하지 않더라도 통제할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전부 사버리는 것이다. 공급업체 운송업체, 정유사 등을 모두 사들이고, 자신들이 사들일 수 없는 것은 협박했다. 심지어 그 강력한 철도산업도 협박할 수 있었는데, 경쟁사 석유를 운반할 경우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접 철도를 건설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쟁사조차 통제할 수 있었는데, 경쟁사가 자기 마음대로 값을 내렸다가는 스탠더드 오일에게 몰락당할까 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거대 기업의 특혜는 애덤 스미스의 시대에서 있었지만, 불리한 점이 훨씬 많았다. 18세기에 너무 큰 사업체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쓰러졌을 뿐만 아니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 자금부족 등을 적시에 지원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1세기 만에 기술은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금융이 발달하고, 통신이 발달하여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이후 거대 기업의 이점이 불리함을 극복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1890년이 되면서 확장은 더 쉬워졌다. 뉴저지주는 기업이 다름 기업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손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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